에세이) 자연스러움과 인체공학
마술사들이 마르고 닮도록 듣는 말이 있다. "Be Natural" 다이버논(Dai Vernon)이 남긴 유명한 말은 아마 우리가 죽을때까지 지키며 살아가야 할 목표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술을 해오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자연스러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문제였다. 누구는 이렇게 하는게 자연스럽다. 누구는 저렇게 더 자연스럽다 등등...... 무조건 원안의 방식대로 하는게 맞다는 사람은 양반이고 아무리 뒤져봐도 책에는 없는데 있다고 주장하며 아는 척 하는 사람의 얘기도 들었다. 나는 우리의 마술에 체계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기에 대한 의견도 다 다르고 유튜브 강의를 추천하더라도 요즘은 하도 많다보니 뭐부터 봐야하는지 잘 모를 지경이다. 사실 대부분이 독학으로 마술을 배우다보니 시선이 좁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비표준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에 대한 시작점을 자연스러움, 그리고 인체공학을 근거로 얘기하며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움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
인체공학 또는 인간공학에서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완되며 유지되는 자세'를 중립자세(Neutral Postur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사무일에 쓰이는 마우스는 거의 수평에 가까워 손목터널 중후군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버티컬 마우스'가 탄생했는데 주로 은행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이 마우스는 손목이인체공학적으로 편안한 각도인 약 60도가 되도록 만들어져 있어 휠과 클릭부분이 살짝 세워져 있다. 그래서 실제로 사용하다보면 손목의 부담이 적다는걸 체감할 수 있다. 만약 이 지식을 팜(Palm)에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팜은 어른과 아이를 나누는 기술이라는 에드 말로(Ed Marlo)의 말처럼 이 기술은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손에 무언가를 감춘다는 행위 자체가 생각보다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애기한 지식을 이 기술과 결합해 우리가 팜을 하는 순간 손에 힘을 풀면서 중립자세로 만들어 두면 관객들은 팜이 되어 있는 손을 보더라도 마치 빈 손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물론 관객은 중립자세에 대한 개념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 긴장 상태에 대한 것은 어럼풋이 눈치챌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기술의 냄새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이 프라이밍이 되어 현상이 일어나는 순간, 관객들은 계속 빈 손이었다는 인상이 남게 된다. 물론 중립자세가 만능이라는 애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팜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힘을 빼고서 자연스럽게 기술의 냄새를 지울 수 있는지 그 방법 중 하나가 중립자세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스쿱(또는 스쿱 스위치)을 들자면, 이 기술은 동작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등이 위로 향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 동작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린 상태의 중립자세와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손목의 좌우 각도만 살짝 신경 써준다면 우리는 완벽에 가까운 스위치을 쓰게 된다. 이외에도 바텀 글림스, 버블 픽 등등의 기술에도 이러한 이론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쓰더라도 관객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단순하게 해온 기술과 동작들이 사실은 전혀 단순하지 않은 이유로 작동하던 것이다.
물론 설명만 듣고서는 이게 통할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구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다 하는 동작에서 그저 왜? 라는 부분에 공백이 있고 그 공백을 마술 외적인 지식으로 채워 우리들의 체계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가 하는 동작과 기술을 쓰기 전에 '왜 이 방식이 통하는가?' '왜 이 기술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다면 우리의 마술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p.s 유튜브 영상은 DPS에 중립자세를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찍어본 영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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