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외적/내적 현실 & 마고/프레스티마노
"문학에서 작가와 화자를 구분하듯, 연극에서 배우와 배역을 구분하듯, 마술에서도 그러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스페인의 대가 가비 파레라스(Gabi Pareras)가 남긴 말입니다. 가비 파레라스는 아스카니오를 스승으로 두었는데요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외적/내적 현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합하여 더욱 완성도 있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글에는 두 거장의 이론을 한번에 다루려고 합니다.
외적 현실(Outer Reality)은 마고(Mago/마술사)가 다루는 영역입니다. 관객이 인지하고 개입하는 공간이며, 마술의 현상이 이루어지고 연출과 호흡이 있는거죠. 일종의 무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내적 현실(Inner Reality)은 프레스티마노(Prestimano/기술자)가 다루는 영역입니다. 무대로 치면 백스테이지인 셈인데요. 여기선 외적 현실에 보여질 현상들을 구상하고 기술을 연습하며, 타이밍을 계산하고 이론을 정리하는 공간입니다. 당연히 관객은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의 동전을 왼손에 두고 사라지는 마술을 한다면 앞선 설명은 그대로 외적 현실이 되는 거고, 동전이 실은 다른 손에 있었다던가, 리텐션베니쉬를 어떤 움직임으로, 어떤 타이밍에,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는 내적 현실에서 다루는거죠 여기서 중요한건 우리들이 두 현실과 두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고(마술사)는 프레스티마노(기술자)처럼 마술의 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엠슬리 카운트는 그냥 카드를 세는 행위가 되고 컵 앤 볼에서 지팡이를 쥐는 이유도 그저 지팡이를 따라 공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원리들은 무대의 뒤편에서 프레스티마노가 관리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구분을 잘 해놓지 않으면, 자신이 무슨 마술을 하는지도 모른 채 깊이 있는 고찰과 마술을 할 수 없게 되는겁니다. 예를 든다면, 동전이 있어야 하는 손이 너무 자유롭게 움직인다던가 없어야 할 손이 과도하게 경직되어 있다던가 하는거죠.
또한 가비는 내적 현실들의 요소가 외적 현실로 넘어오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만약 내적 현실에서 만들어진 원리와 동작들이 비효율적이라면 당연히 외적 현실로 넘어오면서 마술의 신기함이 줄어들고 현상의 인지도 떨어지겠죠. 반대로 효율적으로 직관적으로 설계를 하고 만들었다면 외적 현실로 넘어왔을때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신기함의 폭이 넓어지는 겁니다. 가비는 최대의 경제성(효율)으로 최대의 명료성(직관, 인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균형을 잘 잡는게 중요하겠지만요.
이 이론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가비의 마술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한 이론이자 깊이 있는 마술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론인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아우 또 좋은글 감사합니다
@카드맛동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