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손의 계층구조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오른손 또는 왼손 둘 중 하나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손은 다른 손에 비해 근육량이나 기동력에 차이를 보이며 아예 무게 중심도 그 손 위치에 맞추어져 있어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왼손잡이는 왼쪽에 체중을 더 많이 실리기도 한다. 따라서 주력으로 쓰는 손은 대부분 다른 손보다 우선 순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립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마술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 중 일부에서 메카닉 그립(딜링 그립)을 오른손으로 잡는 경우가 있다. 물론 왼손잡이라면 옳게 된 경우지만 만약 오른손잡이라면, 그렇게 추천하는 경우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여지껏 자라면서 오른손이나 왼손을 자주 쓰게 된다. 그래서 주력으로 쓰는 손은 힘을 더 많이 줄 수 있으며, 반대로 주력이 아닌 손은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조금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도 있다. 메카닉 그립의 경우 처음에는 카드를 나누어 주는 딜러들이 잡는 방식에서 시작했는데 나누어 주는 순간에는 빠른 진행을 위해 카드를 던지는(피칭) 경우가 더 많다. 만약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카드를 잡고 왼손으로 피칭을 한다면 카드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플레이어가 받아야 할 카드가 뒤집히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피칭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즉, 주력으로 사용하지 않는 손임에도 가장 먼저 카드를 쥐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은 실제 사용빈도에 따른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억지로 연습을 통해 반대로 할 수 는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마술의 트릭적인 부분에도 계층구조가 나뉘기도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주력으로 쓰이는 손에 따라 나뉘는 경우와는 살짝 결이 다르다. 만약 우리가 오른손잡이고 동전을 오른손으로 잡는다면, 당연히 오른손이 왼손보다 중요도를 가진다. 하지만 왼손으로 동전을 건네는 순간 왼손은 오른손이 가지고 있던 중요도를 넘겨 받는다. 그리고 그 왼손이 동전을 없앴다면? 조연으로만 존재하던 이가 주연으로서 빛을 내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을 당연히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설령 오른손에 동전이 있다 한들 모든 주의집중을 비어있는 왼손에 주어야 한다. 단순하게 집중만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왼손에 동전이 있다 믿는 혼이 담긴 구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계층구조에 대해 이해했다면, 자신의 마술을 좀 더 분석적으로 대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순간에 어느 손이 중요도를 가져야 한다는걸 알고서 마술을 하면 자연스럽게 관객의 주의도 계층구조를 따라 이동하게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마술은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취약한 부분에 트릭을 넣어 숨기는 것이 아닌 강한 부분을 통해 기억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숨기는 사람이 아닌 보여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술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기억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댓글
12좋은글입니다 에세이 게시판 하나 만들죠!
@FORZA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하지만요
“결국 마술은 손재주만이 아니라 시선을 다루는 기술이네요. 숨기는 사람이 아닌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
@희야 계층구조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관객의 시선과 주의집중을 원하는 곳으로 유도하는 디렉션의 한 방법입니다. 마술은 아무래도 보여주는 일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루스피어 항상 응원합니다 ^^
@희야 감사합니다~!!!!!
와 오랜만
@카드맛동전 반갑습니다!
진지한 글 좋아요
그가 돌아왔다 !! 기다렸습니다 ㅎㅎㅎ
@제로콜라 감사합니다!! 이제 바쁜 일이 끝나서 주기적으로 올리는게 가능할거 같아요
@블루스피어 야호~!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