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진짜 마술이란 무엇인가
진짜 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마술을 보면서 종종 '진짜 마술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표현이다. 진짜 마술이 따로 존재한다면 가짜 마술도 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마술은 무엇일까?
나는 진짜 마술이란 불가능한 일을 실제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불가능한 일을 경험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약 진짜 마술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불가능한 일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가 공연예술로서 다루는 마술은 그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술에는 원리가 있고 방법이 있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현상이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마술을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실제로 경험한 사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 속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웃고 울고 감동한다. 배우가 실제로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을 보고 느낀 슬픔까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술도 비슷하다. 눈앞에서 벌어진 불가능한 사건은 물리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목격했다고 느낀 경험은 분명히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이것만으로 마술의 본질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예술 역시 허구를 통해 실제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술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불가능성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판단하는 기준을 갖게 된다. 마술은 그 기준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충돌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객이 무엇을 목격했는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현상이라기보다 혼란스러운 장면에 가까울 수 있다.
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분명한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 없다면, 관객은 자신이 확인한 사실과 기존의 상식 사이에서 모순을 경험한다.
관객은 어딘가에 속임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눈앞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마술은 관객이 실제 마법을 믿지 않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마술의 완성도는 단순히 사용한 방법의 난도나 복잡함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마술사는 기술과 원리를 통해 현상을 만들지만, 관객이 경험하는 것은 그 방법이 아니라 결과다. 아무리 정교한 방법이라도 현상이 불분명하면 불가능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단순한 원리라도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현상을 만들어낸다면 강력한 마술이 될 수 있다.
방법의 정교함과 관객이 경험하는 불가능성의 강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마술을 창작할 때는 '어떻게 속일 것인가'뿐 아니라 '관객은 무엇이 일어났다고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그 현상이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전달되는지에 따라 관객에게 남는 의미도 달라진다.
마술에는 아름다움과 유머, 이야기와 감동도 존재한다. 불가능성만으로 마술의 모든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마술이라는 형식 안에서 특별한 힘을 갖는 데에는 불가능한 현상에 대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마술사는 단순히 눈을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 관객이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처음에 제시한 정의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객이 불가능한 일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마술이 똑같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경험이 실제라는 사실과 그 경험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기술과 연출을 연구하고 새로운 표현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단순히 현상을 성립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명확하고 설득력 있으며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마술사가 정말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경험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아닐까.
마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마술이라는 예술이 관객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마술은 불가능한 일을 실제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관객에게 남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술이 진짜인 이유는 마법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경험한 순간만큼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댓글
10그러네요 스스로 마법같다 라는말을 쓰면서 깊게 생각은 안해봤네요! 근데 익명이 익명이 아닌..? ㅋㅋㅋㅋ
@제로콜라 제가 누군지 티가 나나요?
전혀 안나요... 모르겠음...
요이 글잘쓰는사람 여기 왤케마너
뭔가 철학적이네요 ㅎㅎㅎ
마법이 실제로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마법을 경험한 순간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말이 참 좋네요..
어디서 이런 종류 이야기 할일이 있었는데 마침, 글 잘 읽엇습니다. '마술' 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술사되고싶었지 '시연자가 만든 불가능해 보이는 현상을 관객들이 실제로 경험했다고 믿게 만드는것' 이 마술 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익명이 되셧네요 ㅎ
@마술사되고싶었지 계속 익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