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식은 흐름이다.
우리 집은 특이하게 나는 닭발을 싫어하는데 누나와 엄마는 닭발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씩 우리 집에서 닭발을 먹을 때 나는 대충 밥과 반찬을 퍼먹거나 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 닭발집은 동네에서 나름 이름있는 식당이였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자기 딸에게도 레시피를 전수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자부심 있는 맛집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맛집은 여는 날이 점점 줄더니 지금은 아예 다른 가게로 바뀌어 버렸다. 소문에 따르면 그 아주머니가 아프셔서 딸이 대신 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그 맛이 안 나서 결국 닭발집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엄마, 누나는 가끔씩 그 집 얘기를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만약 그 집이 고집 피우지 않고 레시피를 팔거나 전수했다면, 우리 집은 지금도 가끔씩 닭발을 뜯으며 지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먹을게 없어서 맨밥이나 먹겠지만.......
그래서 왜 뜬금없이 이 얘기를 하냐면, 단순하게 추억을 얘기 하자는게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는 여러 형태로 전수하거나 공유하기에 우리는 그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인에 올라와 있는 이들은 또 다른 거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그 어깨 위에 또 다른 후대가 올라간다. 이런식으로 거듭되는 반복 끝에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만약 이 거인들이 자신의 어깨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자신이 어깨 위에 있는 줄 모르고 오만함에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려 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인간은 지금도 돌이나 쪼개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또 다른 뮤즈인 아르만도 루세로(Armando Lucero)는 마술을 인터넷에 공개하는걸 꺼려했다. 왜냐면 연출영상은 곧 비밀이 유출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기술을 유튜브나 블로그 등등에 올려서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고 그 흐름에 따르지 않는건 도태된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들을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작품들과 지식들 덕에 나의 사고와 시야가 넓어지게 되었다. 만약 아르만도가 끝까지 공유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갔다면, 나는 어쩌면 마술을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지식은 흐름이다. 마치 강물처럼, 윗물에서 아랫물로 흐르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욕심을 부려 상류에 댐을 건설해버리면? 하류에 살고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휘둘리며 살게 된다. 즉, 상류층의 욕심에 하류층은 목숨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상류의 강물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들의 것인듯 행세한다.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공부하고 꺠달은 모든 것이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된 것마냥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가 이내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 후대가 갈고 닦을 기회가 사라지는 건 둘째고 그 흐름이 끊겨버리면 강물은 그대로 썩어서 가치를 잃는다. 마술에세도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예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마술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시간이 지나면 역사속에서 사라질텐데 그러기에는 자신이 열심히 갈고 닦은 것들이 아깝지 않은가? 영상매체로 남는다 한들 그건 그저 자료일 뿐이다. 더 이상 마술이 아니란 말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차라리 아마추어들 손에 연주되는게 낫다. 그렇다고 가치가 더러워지고 사라지는게 아니니......
이강백의 희곡<결혼>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누구 하나 자신있게 이건 내 것이다. 말할 수 있는가를.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없다니까요. 모두들 덤으로 빌렸지요"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의 것이 아니며 태어나고 자라면서 덤으로 얻은 것들이다. 언젠가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돈도 집도 지식도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나의 가진 것을 나누고 반대로 타인의 가진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가진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마술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에 잘 가지고 있다가 돌려줘야 한다. 돌려주지 않으면, 가치가 없어진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타인이 가질 기회조차 박살내는 것이다. 언젠가 나의 마술이 생긴다면, 당당히 돌려주고 나올 것이다. 나의 선대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빛바래지거나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더욱 빛나게 해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흘려보내길 바란다. 진심으로.
댓글
6글 이해 진짜 잘되게 잘쓰신다 책하나 내시죠??
@카드맛동전 제가요?
@블루스피어 지금까지 쓰신것만 모아도 책 나오겠는데요? ㅋㅋㅋ
@제로콜라 일단 12개나 쓰긴 했네요...ㅋㅋㅋㅋㅋ 앞으로 얼마나 쓸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티칭 매직 북 스터디가 있었다더라고요 참여는 못 했지만 발제문이 마음에 들어서 허가 받고 에세이를 써보려고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책 한 권 나오겠네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마술사는 죽어서 트릭을 남긴다!
@FORZA 그 말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