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술사와 트릭스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새로운 영상이 떳었는데 마술하다 채널의 야초님이 업로드 하신 영상이였다. 그 영상에서는 마술사와 트릭스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끝까지 시청해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주제였던거 같아서 여러가지 생각이 바로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된거 같아 이 둘을 나누는 기준과 함께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써보고자 한다. 영상에서 해당 주제가 나온 곳은 마술사를 위한 동화책인 "트릭스터의 비극(Tragedy of the Trickster)"이라는 책이고 캐나다 출생의 길거리 마술사인 달타냥(Daltagnan)이 썼다고 한다. 그 책에서는 트릭스터를 공연은 하지 않고, 새로운 트릭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 또한 실제로 공연을 하지는 않고 주로 나의 생각이나 이론을 정리하거나 기술을 다듬고 새로운 렉쳐가 나오면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서 달타냥이 말하는 마술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을 때 트릭스터라는 표현과는 별개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트릭스터는 주로 신화 등지에서 문제의 시작점이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를 뜻하는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로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캐릭터는 여러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아처럼 취급되곤 하지만 로키는 순수하게 악한 의도로 행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아예 지금은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단순하게 공연을 하지않고 관객들에게 마술적 경험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렉쳐를 수집하거나 공부하기만 한다고 해서 나같은 사람들이 마술계를 어지럽히고 문제아 같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마술공연만 하거나 관객들을 즐겁게만 한다고 해서 마술사라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만약 마술공연을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고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공연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면, 그런 사람도 마술사라고 칠 수 있을까? 공연을 하더라도 마술적 경험을 주지 못한다면? 가비의 말처럼 마술을 보여준다고 해서 무조건 그 경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마술사들도 달타냥의 기준에서는 '마술사'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 할거라고 생각한다. 분명 이들은 트릭에 집중하지도 렉쳐를 수집하거나 하지 않는데도 오히려 달타냥이 말하는 트릭스터의 개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나의 기준에서는 트릭스터라는 표현도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마술에 대한 애정이 없고 그저 환상만 쫒는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쫒는지도 모른 채 챗바퀴만 돌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생각을 거치고 나니 하나의 생각이 더 들었다. 바로 '마술사'라는 개념을 상세하게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비가 마술사를 마고와 프레스티마노로 역할을 나누었다면, 나는 각자의 전문성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요즘 시대에 더 맞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철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칸트나 니체만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듯, 심리학을 임상심리학, 범죄심리학, 아동심리학 등등으로 나누듯, 마술사 안에서도 무대에 올라 멋있게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은 퍼포머, 트릭에 대한 부분을 연구하고 개발한다면, 디벨로퍼나 크리에이터, 대회나 무대에 서려고 하는 퍼포머들에게 전략이나 조언을 해주는 디렉터, 도구를 제작하거나 만드는 빌더, 역사나 사료, 렉쳐들을 수집하거나 강의도 하는 마술 연구가 등등으로 나뉘어 이제는 각자가 잘하는 분야를 갈고 닦아 전문성을 만들어서 더욱 다채로운 모습. 즉, 전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스포트라이트 위에 설 필요도 없고 모두가 새로운 마술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우리의 마술계는 더욱 많은 가지들과 열매를 맺고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형태가 아닌 본질을 좆길 바란다. 그 안에 우리의 마술이 있을거니까. 진심으로,
댓글
3각자 분야들에서 연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현 마술계가 존재하는거죠..!!
항상 좋은 글 흥미롭게 잘 읽고 있습니다. 공연자 뿐 아니라 연구자, 개발자,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술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다는 사실과,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모두 마술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 아닐까요? 말씀하신 분류는 마술사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눈 것이지, 어떤 사람을 마술사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마술사를 어떻게 분류할 것 인가에 앞서, 누구를 마술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마술을 막 배운 시기에 무조건 손기술이 최고이고 기술=마술이라고 생각하며 비주얼한 것들에 미친 시절이 있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기술을 최소화하면서 신기함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마술을 하고 있네요.ㅎㅎ 결국에는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이 어디냐에 따라 갈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