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도구는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기술은 사람을 훌륭하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마술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거나 학생인 경우 공통적으로 거쳐가는 질문들이 있다. '도구 추천해주세요', '가성비 있는 도구 뭐 있나요?' 등등 주로 도구에 대한 정보를 얻는 내용들이다. 아무래도 이들이 생각하는 마술도구들은 대체로 기술이나, 이론에 비해 큰 노력없이 적은 리스크(Ex. 돈)로 좋은 마술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건네주고 싶다.
"마술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마술을 '하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일을 처음 시작하거나 첫 직장을 얻었을 때 열심히 해서 빠르게 승진하고 일도 척척해내는, 그런 상상 속에 살기도 하고 입시를 준비할 때는 대학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그런 기대에 살아간다. 마술을 처음 시작할 때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술을 배워서 남들 앞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환상에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도구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고 효과가 좋을 수 록 이들의 갈등을 빠르게 충족시켜주기에 너도 나도 구매를 하게 되는데, 특히 쉽고 신기한 도구일 수 록 흔히 말하는 스테디셀러로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거니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앞서 발했듯 환상에 불과하다. 자신이 마술을 '한다는' 착각.
마술도구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벗어난 무언가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의존하기 시작하면 도구 없이는 마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고 환상은 한계가 되며, 이것이 깨지는 순간 흥미도 함께 무너진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도구를 내려놓고 마술을 '하기위한' 연습을 시작한다. 자기자신이 도구가 되기 위해서 기술은 연마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내가 말하는 기술은 단순한 손기술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연출과 심리, 타이밍, 이론까지 포함한 폭 넓은 의미의 기술을 말한다.
"관객이 보는 현상이 도구의 트릭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보다, 차라리 마술사의 손기술 덕분이라고 짐작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 -Gabi Pareras(가비 파레라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은 숙련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리고 기술은 귀속성을 띄어 타인으로 대체되지 않는, 대체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만약 우리의 미숙함으로 인해 마술의 비밀을 관객이 어렴풋이 알게 되더라도 도구와는 다르게 마술이라는 장르가 충분히 깊이 있다고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예 대놓고 Sleight of Hand(손기술, 손재주)라는 단어를 자신의 마술을 설명할 때 쓰이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기술이라는 말은 무게감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우리를 더더욱 훌륭한 존재로 만든다.
따라서 나는 도구를 찾는 이들에게 도구보다는 기술을 찾는 걸 권한다. 기술을 펼치는 우리가 바로 도구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눈 앞에 환상에서 잠시 벗어나 열정을 가지고 쓴맛을 삼키다 보면 어느 순간 달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실이라는 도화지 위에 자신만의 환상을 그려 나가길 바란다. 진심으로.
댓글
2그래도 저는 여전히 도구 딸깍 이 좋습니다 ㅠㅠ
@마술사되고싶었지 물론 도구를 쓰셔도 됩니다!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하시기만 한다면요
드디어 올라왔다
@카드맛동전 연휴에 알바하느라 글을 못 썼습니다ㅠㅜ